[연애리뷰] 여자라서 행복한가요? 불행한가요? - 영애씨 문제는 남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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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3.gif일찍이 대한민국 상위 1%에 해당하는 은하씨는 말했다.

‘여자라서 행복해요’

겨우 냉장고 하나 때문에 여자의 행복이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래도 여자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이 냉장고도 장만했으니 내게 남은 건 행복해지는 일 밖에는 없다고, 아니 기필코 나도 행복해 질 것이라고. 그러나 정말 여자들은 행복할까? 태어나면서부터 외모의 심판을 받고 (예쁘면 가문의 영광, 못 생기면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성격의 심판을 받으며 (다소곳하면 시집 잘 가고, 자기 주장이 강하면 팔자가 드세고) 마침내 결혼에서 최후통첩을 받는다. (남편 잘 만나면 뒤웅박 팔자 어쩌고가 되는 것이고 남자 못 만나면 그 인생의 고달픔은 대대손손을 잇는다.)

옛날에 비해 여자들은 확실히 아주 조금쯤은 자유로워졌다. 얼굴도 모르는 남편에게 집안이 정해주던 대로 시집가서 자식 뒷바라지에 시부모 봉양을 하며 살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장족의 발전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정말 행복해졌을까? 같은 의문이 계속 든다. 학교 다닐 때 나보다 공부도 못하고 얼굴만 조금 예뻤던 여자들이 남자 잘 만나서 사모님 소리를 듣고 산다는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여자들은 노력에 의해 뭐가 잘 되기 보다는 주로 타고난 것에 의지해서 잘 되고 못 되고가 결정된다. 남자들도 외모를 보는 사회가 되었지만 여자의 그것만큼 절대적이지는 않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여자들은 일단 예쁘게 태어나고 볼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여자의 행복이 예쁜 외모 그리고 남자에게만 있을까? 솔직히 그것들이 아직까지도 많은 퍼센티지를 차지한다는 것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아니 이 사회가 토를 달도록 놔두질 않는다. 앞서 말한 공부는 못했지만 얼굴은 예뻤던 영애씨, 그리고 얼굴은 못생겼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이 있었던 영애씨 모두 결혼, 즉 남자 하나로 인생의 행로가 영원히 달라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 모든 문제를 그냥 예쁘게 태어나지 않은 죄, 괜찮은 남자를 물지 못한 죄로만 여겨야 할까? 그러기에 이 사회는 여성에 대해 그래도, 그나마, 조금이라도 너그러워졌다. 지금의 20-30대 여성은 알파걸이다. 알파걸은 엄마들의 ‘너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 라는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오빠나 남동생에게 이것저것 양보하지 않아도 되는 삶. 즉 오빠나 남동생처럼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산 세대들에 속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남자를 만나기 바로 직전까지였다. 남자를 만나고 나면 거기서부터 남자의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dot3.gif여자들은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산다. 플랫 슈즈를 신을 것인지 하이힐을 신을 것인지, 청순미의 대명사인 긴 생머리를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세련미로 대표되는 샤기컷을 할 것인지의 사소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남자를 고르는 일에는 그보다 더 큰 선택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 과연 우리는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해야 나머지 인생을 더 이상 힘들지 않게 잘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열심히 아름답게 꾸미고 가꾸어서 사자로 대변되는 남자들을 만나면, 그러면 다음 인생은 기껏 냉장고 하나 바꾸어도 행복해 죽겠다며 살 수 있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남자를 고르는 일이 가장 어렵다. 이 세상에 폭탄처럼 존재하는 무수한 안 괜찮은 남자들 속에서 괜찮은 남자를 고르는 일은 정말이지 지뢰 찾기 게임보다 훨씬 어렵다. 더구나 그들은 자신이 지뢰임을 처음부터 밝히지도 않는다. 멀쩡한 척 하다가는 나중에 말한다.

‘똥밟았지롱’

그런데 이 똥들이 금방 밟고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후유증을 앓게 한다. 거기다 그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알아보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게 걸린다. 그래서 여자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내숭을 떨 수 밖에는 없는지도 모른다. 자신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숨긴 채 남자에 대해 알아보는 것, 그가 내 팔자를 뒤웅박 팔자가 되도록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진 이상 나의 약점에 대해 혹은 나에 대해 솔직히 말 하고 털어놓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를 미리 간파한 여자들은 같은 여자들에게 여우니 호박씨니 어쩌니 욕은 들어먹을 망정 적어도 남자를 고르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놀라운 성공률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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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숭도 발전을 했다. 예전에는 ‘오빠가 첫 남자에요. 책임져요’ 같은 말이 통했지만 요즘 그랬다가는 남자로부터 오히려 똥 밟았다는 표정을 짓게 할 뿐이다. 너무 늦어도 탈, 너무 일러도 탈이므로 광식이 동생 광태라는 영화에서는 딱 세 번째라고 말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은 생물학적 나이가 서른 다섯을 넘기 전까지 선택하지 않으면 다 허사이다.

알파걸에 골드 미스까지 되느라 서른 다섯이 넘어버린 여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럼 그때 가서 문제는 남자였다며, 이 더러운 세상 죽도록 노력했으나 남자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해서 내 인생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고 신세 한탄을 하면 다들 ‘그래 그럴 만 해’ 하고 동정의 표를 던져줄까?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세상은 여자에 대해, 그리고 쓸만한 남자를 선택하지 못한 여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더없이 냉정하다. 그렇다며 쓸만한 남자를 찾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한 여자들 모두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 책 영애씨 문제는 남자가 아니야는 모든 것을 남자의 탓으로 돌리는 대신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들이 왜 알파걸에서 죽으라고 노력해서는 골드 미스가 되었는지. 그리고 골드 미스에 대해서도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 라는 시선이 아닌 이제 니가 남은 건 그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남자 중에서 괜찮은 남자를 늦기 전에 얼른 찾아야 해 라는 압박감이다.

 

dot3.gif남자 찾기, 남자 잘 만나기. 어쩌면 여자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인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일 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왜냐면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자 하나 잘 만나 행복하다는 그 여자들의 속내를 진정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쩌면 그녀들은 너무도 평이한 삶을 살고 있느라 고작 집안에 냉장고 하나 바꾸고 (자기 컴퓨터도 아닌 가족들이 다 같이 쓰는, 누구의 물건이라 할 수도 없는 냉장고!) 는 여자로서 행복감을 느껴야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이제 냉장고 때문에 행복해지지 말자고 이 책은 말한다. 행복이란 자기 스스로 찾아내어 쟁취하는 것이지 멍청하게 누워있다가 키스만 해 주면 깨어나서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지도 않은채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사는 동화책 공주님은 없다고 말을 하고 있다. 아직은 멀었지만, 아직도 많은 여자들의 행복이 남자들의 손에 달려있지만 그래도 이런 책을 읽고 좀 더 똑똑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연애를 한다면 아직도 희망은 남아 있는 게 아닐까?

 

혹시 그런 날이 올지 누가 아는가. 새로운 냉장고를 개발 한 후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말을 하게 될 날이 말이다. (확실히 냉장고에 대한 문제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좀 더 가까우니까 그녀들이 개발한 냉장고는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 이제 이 땅의 모든 영애씨들의 문제는 남자가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르다 하더라도 늦었다 하더라도 알게 된 이 순간부터는 결코 미룰 수 없는 가장 큰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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