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리뷰] 반쪽짜리 사랑 -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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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3.gif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용서가 되는 행동은 어디까지일까? 한 쪽에서는 사랑이라 부르고 다른 한 쪽에서는 집착이라고 부른다면 그건 사랑이 맞는 것일까? 우리는 대부분 반 쪽짜리 사랑을 경험했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아닌, 오직 나만 하는 사랑. 우리는 그것을 짝사랑이라고 부른다. 짝사랑이 힘든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면 사랑은 상대를 갖고 싶은 욕심인 동시에 나와 같은 마음을 기대하는 이기심이 충족 되어야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짝사랑이 깊어서 스토킹으로 넘어가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저 나 혼자만의 사랑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상대도 나처럼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때마침 상대방도 나를 사랑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정상적인 사랑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더더욱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집착은 마침내 중독을 만든다. 사랑에 중독되고 그 사람에게 중독된 자는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술을 끊는 것 보다 담배를 끊는 것 보다 사랑의 중독을 끊어내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그것은 마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유일한 가족이었던 호진(이얼)과 대진(이병헌) 형제. 형 호진이 은수(이미연)와 결혼하면서 셋으로 늘어난 이들은 행복하고 평온한 나날들을 보낸다. 형은 가구를 만들고 동생은 카레이싱을 한다. 성격도 다르고 외모도 다른 이 형제에게는 한 가지 공통통점이 있다. 그것은 은수를 사랑하는 것이다. 어느 날 형제는 한날 한시에 각기 다른 장소에서 사고가 난다. 형은 죽었지만 동생 대진은 오랜 시간 후에 깨어난다. 그런데 대진은 자신이 호진이라고 말한다.

사고의 후유증이라 생각하기에 그의 믿음과 행동은 너무 확고하다. 호진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기 시작하면서 호진을 너무나 사랑했던 은수는 괴로움에 빠진다. 모습은 분명 대진이지만 대진의 행동은 죽기 전 호진이 했던 행동과 너무나 닮아있다. 그러나 은수는 차마 대진을 호진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다가 둘만 아는 비밀을 대진이 말하자 은수는 대진의 몸에 호진의 영혼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받아들인다. 영원히 마음에서 떠나 보내야만 했던 줄 알았던 호진이 대진의 몸을 빌어서나마 돌아오지 은수는 더 이상 그를 향해 망설이지 않는다. 은수에게는 대진이 호진이었고 대진은 대진이 아닌 호진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반전을 보여준다. 대진의 몸에 호진이 빙의된 것이라 믿었는데 사실은 대진이 그저 형의 흉내를 내는 것에 불과한 것. 그는 사고로 형이 죽자 형의 아내였던, 그리고 자신이 형보다 먼저 사랑했으나 단지 더 일찍 만나지 못했던 은수와 사랑을 하기로 결심 한다. 은수가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 자신이 대신 호진이 되어서라도 은수를 사랑해야만 했던 것이다.

 

dot3.gif우리는 가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잠시라도 그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 내가 좀 더 일찍 그 사람을 만났더라면 나를 사랑했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그 바램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면 사랑은 마침내 독이 된다.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사랑의 독은 더 강하다. 사랑 앞에서는 모든 도덕도 룰도 허물어진다. 그만큼 사랑은 사람의 마음과 온 정신을 지배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향한 짝사랑은 깊으면 깊을수록 병이 된다. 사랑이란 게 원래 함께 해야 하는데 혼자서만 계속 누군가를 바라보고 그와 함께 있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리다 보면 결코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마침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랑을 갖게 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죽은 형을 대신해서 사람들을 속이고 자기 자신마저 타인으로 살아야 하지만 대진은 기꺼이 그 길을 선택한다. 은수가 자신을 사랑하게 하는 방법은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진이 선택한 사랑이 과연 진짜 사랑이었을까? 은수가 사랑하는 사람은 대진이 아니라 호진의 영혼이 들어 가 있다고 생각되는 대진이다. 은수에게는 겉껍질보다 그 영혼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에 오래 망설이기는 했지만 마침내 대진을 받아들인다. 이 영화는 대진도 은수도 모두 사랑에 중독이 되어있다. 아무리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이의 몸에 들아 가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다. 사랑에 중요한 것은 영혼도 그 영혼을 담은 육체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대진은 호진인척 하며 은수의 사랑을 얻고, 은수는 호진의 영혼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진을 사랑한다.

사랑에는 때로 포기가 필요하다. 내 힘으로 안 된다면, 할 때까지 해 봤지만 그래도 상대의 마음을 내게로 향하게 할 수 없다면 그걸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지 않는 그 순간부터 불행은 시작된다. 내가 무언가를 달리하면 상대가 나를 사랑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상대가 나를 알아 봐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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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3.gif가끔 스토커들 중에서는 자신만 혼자 상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서 상대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사랑은 한없이 감정적이지만 때로는 이성적인 판단도 필요하다. 그 사람이 나를 정말 사랑하는지,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제대로 된 사랑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마음이 아닌 이성이고 머리이다. 만약 머리를 닫고 마음만 열어둔다면 대진처럼 사랑을 위해 못 할 일이 없다. 자기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어도 자기를 사랑해주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가상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가상의 모습을 상대가 사랑한다면 그것이 진짜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그것은 단지 상대를 나에게 머무르게 하는 잠깐의 수단이 될 뿐이다. 가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거짓의 나를 만드는 사람들을 본다. 그 사람들이 하고 있는 사랑은 어쩌면 진짜가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고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망이다. 하지만 그 욕망이 도를 넘어서 완전히 다른 나 이여도 좋으니 그 사람이 일단 나를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단지 욕심일 뿐이다. 사랑은 욕심보다 진실성이 더 앞서야 한다. 그래야 대진처럼 혹은 은수처럼 알맹이가 없는 껍질만 붙들고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내 영혼과 육체가 서로 닿는 일이다. 그 둘 중 어느 것 하나도 거짓이라면 그 사랑은 완전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다. 사랑을 얻기 위해 학벌이나 경력 숨기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사람은 결국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학벌이나 경력 그리고 그 사람이 꾸며낸 정체성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 사랑에는 아무런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 상대가 그 모든 것을 알게 되면 그는 가볍게 사랑을 거두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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