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Monkey] 외로운 우주공간에서 그는 어떻게 살아 남았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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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우주공간에서 그는 어떻게 살아 남았나 - 1


< 본 시리즈는 영화 스포일러를 포함한다 >

 

갑작스런 충격에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해치를 열었다. 만약 빙하가 갈라지고 있는 중이고 워프기가 그 틈으로 빠지고 있다면 모든 게 끝장일 터였다.

숨막히게 느려터진 속도로 뚜껑이 열리자 투명한 강화 유리 너머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천천히 라이방 몽키 뉴 에디션을 꺼내 들었다.

원숭이들의 낮은 코에 맞춰 디자인된 이 라이방은 어떤 상황에서도 쾌적한 착용감을 보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걸 쓰면 나 자신이 완전 멋져 보였다.

폼나게 선글라스를 쓰자마자 웬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펭귄이었다.

'아, 여긴 남극이지. 그런데 저건 뭐야. 저 자식... 손에 들고 있는 건... 이런 씨발!'

나는 잽싸게 닫힘 버튼을 눌렀다. 뚜껑이 닫히는 동안 녀석은 고개를 기울인 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두 눈. 라이방 몽키 뉴 에디션이 아니었다면 버틸 수 없었을 거다.

 

문이 닫히자 마자 감시 모니터가 있었단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애초에 이렇게 확인하면 됐을 걸. 멍청하게 해치를 여는 바람에 전력을 낭비하고 말았다.

모니터를 켜자 녀석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분명 놈의 손에 들려 있는 건 또 다른 펭귄의 머리였다.

목 아래로는 흘러내리던 피가 얼어 고드름처럼 대롱거리고 있었다.

대체 저 자식은 뭐지? 식인종, 아니 식펭이라도 되는 건가?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었다. 나는 쿨하게 감시 모니터를 끄고 진행되다 만 영화를 플레이 시켰다. 지금 난 제정신이 아닌게 분명하다.

어차피 꿀 악몽이라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악몽을 꾸는 게 나을 거다.

 

그나저나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이런 초조함 따윈 없을텐데.

 

The Sixth Sense

 

화면은 제목만 띄워진 상태로 한참을 정지해 있었다. 남극의 추위는 영상마저 얼게 만드는 건가.

“감상 방식 선택 중입니다.”

“응?”

“관객의 뇌 활동을 스캔 분석해서 가장 적합한 방식을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지랄...”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니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괄식 감상법을 선택하셨습니다.”

“?”

“브루스 윌리스는 귀신입니다.”

sixthsense_002.jpg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곧바로 영화가 시작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What the... 지금 무슨 짓을 한거야!”

“말했잖습니까. 뇌 활동을...”

“그러니까 내가 선택한 거다~ 그 말이냐?”

“두괄식 감상법을 선택하셨습니다.”

이런 망할... 이 자식은 절대 자기 주장을 굽힌 적이 없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참 묘한 맛이 있다. 정신과 의사 말콤 크로우 (브루스 윌리스)는 자신이 맡았던 환자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 죽었다. 환자는 귀신들이 자꾸 보인다고 했고 그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 오는 걸 두려워 했다. 결국 자살했지. 소년 콜 시어 (할리 조엘 오스먼트)도 같은 증상으로 괴로워 했지만 결국 그들을 인정하고 대화함으로써 자유를 얻었다.

더 아이러니 한건 말콤은 정신이상자들의 말을 들어 줄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군, 정신과 의사 였고 자살한 환자와 콜은 귀신과 대화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능력자였다.

 

지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난 누군가와 대화한 적이 없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을 뿐이었고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래.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그 이후부터다. 에버랜드에서 아무 걱정없이 살아갈때는 그저 솔직한 감정의 교류만 있었다. 기쁨, 슬픔, 놀람, 분노, 즐거움... 하지만 내가 언어를 알게 되면서부터 모든게 달라졌다. 그건 너무 복잡한 문제였다.

 

“넌 착한 원숭이야. 그렇지?”

라고 말하면서 김 박사 씨발놈은 내게 전기충격을 가했다.

한 마디로 인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곧이 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말의 진짜 의미가 뭔지, 의도가 뭔지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그걸 아는건 불가능하다는 것.

그래서였나? 남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걸 포기한 이유가? 너무 피곤하기 때문에? 그럼 난 왜 말을 하는 걸까? 누가 들어주길 바래서... 뭘?

 

갑자기 허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녀석은 그래도 솔직한 놈이다. 이해해 달라고 조르지도 않고 설득하려 하지도 않는다. 녀석이 뭘 말하고 싶은지 알아내려 애쓸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지금 녀석은 유일한 대화 상대다.

“허니.”

“네.”

“삐졌냐?”

“정상입니다.”

“쏘리. 아깐 내가 좀 이성을 잃었었다.”

나는 쿨하게 사과했다. 모니터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아직 라이방 몽키 뉴 에디션을 쓴 채 였다. 그래서 더 멋져보였다.

“두괄식 감상법을 선택하셨습니다.”

“알았다니까.”

“한 번 셋팅된 감상법은 변경 불가능합니다.”

“... 뭐라?”

역시 이 자식은 대화가 안통하는 놈이었다.

“배터리 절약을 위한 1단계 조치가 시작됩니다.”

난방장치가 꺼졌다. 이딴걸 1단계로 정한 꼴통은 누굴까? 안에 타고 있는 놈은 어떻게 되더라도 기계만 회수하면 된다는 거냐?

나는 비상상황을 위해 준비된 서바이벌 킷트가 떠올랐다. 김 박사가 정말 위급할때만 열어보라고 신신당부했던 킷트.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뚜겅을 열자 예상치 못한 내용물이 눈 앞에 펼져졌다.

소주 한짝, 담배 한 보루, 모포, 번개탄, 성냥...

이딴 게 서바이벌 킷트였다.

 

난 모포를 두르고 멍하니 앉았다.

“외로움. 뇌 스캔 결과 외로움이 포착되었습니다.”

쿨한 스페이스 몽키에겐 정말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외로움이라니. 특히 라이방 몽키 뉴... ...

 

다시 경보음이 울려대며 워프기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재빨리 감시 모니터를 켜보니 어디서 왔는지 수 많은 펭귄들이 워프기를 이리저리 흔들어대고 있었다.

워프기 안의 기온은 순식간에 떨어져 갔다.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입김을 보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어쩌면 난 벌써 죽은게 아닐까?

녀석이 필요하다. 식스센스를 가진 소년 콜이라면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말해 줄 수 있을 텐데...

아니지. 입김이 나온다는 건 아직 살아있다는 거다.

그리고... 죽음이 내 곁에 있다는 거지.

 

 

sixthsense_001.jpg

 

* 식스 센스 간단한 줄거리

말콤 크로우 (브루스 윌리스)는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정신과 의사 (아동심리학자)다.
협회로부터 기분 좋은 상을 받은 어느 날. 그는 부인 안나(올리비아 윌리암스)와 함께 축하 파티를 연다. 하지만 오래 전 그의 환자였던 소년이 침입해 그에게 총을 쏘고 자살을 해버린다.

일년 후, 말콤은 콜 시어 (할리 조엘 오스먼트)라는 소년을 알게 된다. 그는 죽은 이들이 나타나 자신을 괴롭힌다는 망상에 시달리고 있다.
말콤은 자신을 쏘고 자살한 소년에 대한 죄책감때문인지 콜의 치료에 최선을 다한다.

자신에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말콤에게 콜은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사실을 말하게 된다. 자신은 죽은 자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자신이 죽은 걸 모른다... 자꾸 내 앞에 나타나 말을 건다....

콜의 증상이 자신을 쏘고 자살한... (그냥 환자라고 하자.) 환자와 증상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전 기록을 조사하는 말콤.
인터뷰 테입에 숨어있던 귀신의 소리를 찾아낸 말콤은 콜과 환자의 말이 사실이었단 것에 충격을 받는다.

말콤과 콜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노력해 나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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