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Monkey] 외로운 우주공간에서 그는 어떻게 살아 남았나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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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우주공간에서 그는 어떻게 살아 남았나 - Intro


내 이름은 X-32. 공간 워프에 성공한 최초의 원숭이다.

원래의 계획은 서울에서 시드니로의 이동이었지만 탑재 컴퓨터 허니 녀석이 좌표를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눈을 떠보니 남극이었다. 원숭이가 남극에 있다니 이 무슨 좃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래도 난 행운아였다. 이전에 워프기에 탔던 동료들은 모두 죽거나 실종됐으니 말이다.

성공을 자축하는 행사장에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남극에 떨어졌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정말 병신같은 질문이다.

“당황스러웠지만 금방 구조대가 올거란 믿음으로 버텼습니다.”

“혹시 펭귄은 보셨나요?”

저 새낀 날 놀리려는 건가?

“봤습니다. 안경을 쓰고 있었고, 이름은 뽀로로라더군요.”

행사장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는데 그들 대부분은 100살이 넘은 참가자들이었다. 어린시절을 뽀로로와 함께 했다던 노친네들 말이다.

왜일까. 뭔가 한마디 더 해야 할 거 같은 이 기분은.

“건강해 보였습니다.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그렇게 전해달라더군요.”

다시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일부 할머니들은 눈물을 터뜨렸다. 미국 대사 Mr. Baker는 나를 향해 달려오다가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정도 였나... 과연 어린시절의 향수란 대단한 거구나... 나는 어땠었지? 내 유년시절의 기억은?

내가 실험용 동물로 뽑힌 건 2살 무렵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아무 걱정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꼬마들이 철창 안으로 넣어주는 바나나를 그저 받아 먹기만 하면 됐으니까. 물론 줄듯 말듯 약올리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런 놈들은 금방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나의 영특함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육사 박씨가 카이스트 김박사에게 나를 추천했고, 장마가 시작된 어느 날, 나는 정든 에버랜드를 떠나야 했다.

지루한 테스트를 거친 후, 나의 뇌에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이 결행되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컴퓨터 허니가 기본 언어세팅을 한국어로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나는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나야 했다.

2년간 영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을 들으며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 특히 같은 방을 쓰는 진돗개 마음이란 녀석이 나를 미치게 했는데, 녀석은 아침마다 이런 말을 반복했다.

“굿모닝. 너 라이카라고 혹시 들어봤니?”

“아니.”

“라이카는 최초로 우주로 날아갔던 개야.”

“오우! 죽이는데!”

“먼 옛날 1957년 소련에서 스푸트니크2호에 실어서 우주로 보냈지. 근데 인간들이 귀환장치를 만들어 놓지 않았던 거야.”

“그럼 우주를 떠돌다 죽었단 소리네. 그래도 인간보다 먼저 거기 간 거잖아.”

“글세. 온도조절장치가 망가지는 바람에...”

“응?”

“타죽었대. 몇 시간 만에.”

“... ...”

“타죽었다고.”

그리고 녀석은 라이카의 추모곡으로 만들어진 Space Dog을 읊조렸다.

 

laika_003.gif

Hello people! I'm a Space Dog. To aim at going over stars.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별을 향해 날아간 우주개랍니다.

Can you hear me? I'm a Space Dog. The Earth is shining blue.
제 목소리가 들리나요? 저는 우주개입니다. 지구는 푸르게 빛나고 있네요.

Hello people! I'm a Space Dog. To seek new frontiers by my nose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제 코로 새로운 개척지를 찾기 위한 우주개랍니다.

Can you hear me? I'm a Space Dog. The sun and planets go far away.
제 목소리가 들리나요? 저는 우주개입니다. 태양과 행성들이 저 멀리 멀어지네요.

I remember that time. when I was born.
내가 태어났을 때가 기억나요.

He was watching to me in the cage that made by glass.
그는 유리로 된 우리 너머로 나를 보고 있었죠.

One day, he told to me. I'll board the new rocket.
어느날 그가 말했어요. 내가 새로운 로켓에 타게 된다고.

A little scared but he smiled and said. "Nevermind, you are good boy and brave"
난 조금 무서웠지만, 그가 웃으면서 말했어요. "걱정마, 넌 착하고 용감하니까."

Hello people! I'm a Space Dog. Not first one, but the only one.
안녕 여러분! 나는 최초는 아니지만, 오직 혼자 뿐인 우주개랍니다.

Can you hear me? I'm a Space Dog. To goes on with the speed of light.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나는 빛의 속도로 가는 우주개예요.

Hello people! I'm a Space Dog. This journey takes a long long time.
안녕 여러분! 나는 우주개예요. 이 여행은 아주 오래오래 걸릴 거랍니다.

Don't forget me... I'm a Space Dog.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 나는 우주개랍니다.

I'll come back to the Earth and bringing in the piece of star.
나는 별의 조각을 가지고 지구로 돌아 올 거예요

 

 

노래를 마치고 나면 마음이는 꼭 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한 마디로 개죽음이란 거지.”

 

아침에 일어날 때 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된다고 생각해 보라. 정말 미치는 거다.

죽기살기로 공부해 빨리 이곳을 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결국 2년 뒤 모든 시험을 통과했고, 발음이 구리다는 이유로 혀 늘이는 수술을 받은 후에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씨발놈들. 그럴거면 애초에 미국이나 영국으로 보내주던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 예?”

잠깐 과거를 회상하는 사이 또다른 질문이 들어왔다.

“남극에서 3일을 보낸 후에 구출되셨는데, 그 3일 동안 뭘 하시면서 버티셨는지 여쭤보는 겁니다.”

글쎄. 뭘 하면서 보냈지? 아, 그래.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요?”

그래. 춥고, 비좁고, 무섭고, 외로웠던 그곳에서 나를 버티게 해준 건 영화. 바로 영화였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 상황은 정말 최악이었다. 온도조절장치가 고장나버렸던 거다. 다행히 비상 장치가 가동되어 당장은 버틸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24시간이 한계였다.

갑자기 라이카가 생각났고 나는 Space Dog 을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허니가 말을 걸어 왔다.

“당신이 죽으면 내가 추모곡을 만들어 드릴테니 걱정마세요.”

이 새끼가 미쳤나. 지금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남극으로 쏘아진 우주 원숭이랍니다...”

“쫌 닥쳐! 허니.”

허니가 잠잠해진 동안 나는 생각했다. 뭘 해야 하지? 일단 무조건 버티는 수 밖에 없다. 이런 공간에선 망상에 빠지기 쉬워... 내 주의를 돌릴 뭔가가 필요한데...

내 손은 무의식적으로 레저박스 버튼을 눌렀다. 모니터 화면이 열리고 다양한 선택버튼이 펼쳐졌다. 영화, 음악, 만화, 게임... 영화를 터치하자 수 많은 파일들이 중구난방으로 떠올랐다.

“허니.”

“... ...”

“삐진척 하지 말고 영화 하나 골라봐. 너무 많아서 뭘 봐야 할지 모르겠어.”

잠시 후, 녀석이 고른 영화가 플레이 되기 시작했다.

“응? 이건...”

그때였다. 워프기 몸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비상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Space Dog Story : http://blog.naver.com/hydpvm94/1011093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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